정원

청풍계 태고정

블루107 2010. 8. 7. 22:32

조선시대는 유난히 심심한 정원이 많습니다. 그것이 다 방지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방지만 아니었어도 성공한 정원이 많았을 텐데. 임대정의 정원도 방지가 아니었다면 완성도가 더 높아졌을 테고, 무기연당이나 하엽정, 열화정, 선교장의 활래정. 이들 모두는 무언가 부족한 정원양식입니다. 그 어느 것도 정원으로서의 독창성이나 조형적인 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분 블로그에 놀러가 보세요.

  http://blog.daum.net/robustus/11315483

 

 

태고정정원(1502이전)은 사라진 정원입니다. 조선말기까지 존재했지만 이후에 그곳은 현대의 콘크리트건축물로 뒤덮였죠. 이런 사라진 정원이 서울에 몇 개 있습니다. 벽수산장과 그 안의 송석정이 그렇고 김조순의 옥호정이 그렇습니다.

태고정 정원은 1502년 이전에 만들어졌습니다. 겸제가 그린 그림의 태고정이 정원이 만들어졌을 때의 모습 그대로인지는 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고려시대에 이미 방지형식은 정착이 된 것 같아서 태고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거의 흡사하다고 판단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정원은 완전한 방지정원으로의 이행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입니다. 장식적인 요소는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방지는 아름다울 가능성이 있는 형태가 아니고 당연히 발전 가능성이 없습니다. 방지만 포기했더라도, 벽돌쌓기처럼 크기가 비슷비슷한 돌을 연못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가지런히 쌓는 것만 포기했더라도 우리의 정원은 괜찮은 유적이 많았을 겁니다. 앞으로 이런 방지를 또 오백년 동안 계속해서 보아야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군요.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런 방지가 만들어진다는게 비극이죠.

   

이 방지원도는 조선시대내내 천편일률적인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수백개나 되는 방지를 보다보면 너무 지루해서 눈물이 날 정도랍니다. 창의성도 없고, 그렇다고 노력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호기있게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정말 방지는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끝없는 반복이 일어나는 이 방지에 대해서는 그만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정원언급에서는 방지는 보이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시길. 다행이 아름다운 정원양식이 방지와 함께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시길.

 

윌리엄 모리스가 그랬던가요? 단순한 것은 지루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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