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절집을 꼽으라면 선암사를 꼽겠습니다.
물론 부석사도 좋지만 제 취향에는 선암사가 가장 맞더군요.
그 이유는 역시 정원요소 때문입니다. 어느 사찰을 가더라도 불교라는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딱딱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사찰양식에서 선암사는 좀 이색적입니다.
우선 들어가는 문도 다릅니다. 처음 마주했을 때 그 문이 얼마나 작고 소박한지 놀랐습니다. 그 문 옆에는 수국이 파랗게 피어있었죠?
보통 사찰들은 특별한 무엇이 없습니다. 다 거기서 거기의 뭐랄까요.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고 할까요? 천편일률적인 형식에 양식, 그리고 개성없는 모습. 그 모습 때문에 어디를 가든 지루한 양식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대표적인 절집 몇 개를 보면 다 보았다고 해도 될 겁니다. 한마디로 강성이데올로기의 이미지랄까요? 다른 나라의 절집과 비교해서 볼 때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선암사는 출입문부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부처님을 모신 곳이라서 있을 건 다 있지만 선암사는 절집양식과 정원양식의 혼합이라고 할 정도로 절집의 이데올로기를 강하게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선암사의 특징은 조형적인 의지가 완연한 연못이 특징입니다. 연못은 선암사에서 수직으로 세 개가 나 있습니다. 제일 위편의 연못은 예전에는 꽤나 컷을 타원형연못이 지금은 작은 샘정도로 남아있습니다.
그 다음은 부엌근처의 가운데 다리를 둔 사각연못입니다. 그리고 절 축대아래의 일본풍이라고 말해지는 자연모방형의 돌과 나무로 장식된 연못입니다. 이 연못의 물은 축대아래로 떨어지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끕니다. 아마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만든 이유가 있겠죠. 저는 그것을 정원의지로 이해했습니다. 이 절의 물길을 만든 사람은 틀림없이 물의 사원을 목표로 했다고..... 너무 과정인가요?
또 땅속으로 물길이 있어서 여기저기 물이 흘러나와서 물확에 고입니다.
이 선암사의 백미는 역시 수각입니다. 네 개의 물확으로 이루어진 수각은 선암사의 가장 큰 성취이면서도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구성이죠. 이런 뛰어난 수각을 위해서도 선암사는 한번 가볼만합니다.
이 수각으로 하나의 정원요소를 개창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본의 사찰에 그 정갈하고 아름다운 모래정원이 있다면 한국의 사찰에는 끝없이 흘러내리는 수각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이런 수각은 다른 나라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선암사의 성취에는 못미친다고 생각됩니다. 이 요소는 한국정원의 요소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좋은 요소입니다.
퍼온 사진입니다.
선암사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팔월이었습니다. 그때 전날 비가와서 선암사올라가는 길은 아주 촉촉했죠. 선암사도 물론 촉촉했습니다. 그런데 선암사 경내에서 보이는 땅속에서 솟아나오는 물들은 정말 인상깊더군요. 그 물을 보면서 물의 사원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선암사의 인상깊은 요소의 하나로 화장실을 들 수 있겠습니다.
임란이전의 건축이라고 하는 화장실은 아주 규모가 당당하고 형식은 재미있고 그리고 시원한 경치를 보여줍니다. 이만한 품격의 화장실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저는 그때 시간이 별로 없어서 선암사를 보고 곧바로 집으로 올라왔는데 이곳까지 왔다면 강진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아니면 선암사를 보고 북상하면서 좋은 정원을 볼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