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사에서 걸출한 책을 하나 고르라면 저는
한국미술의 탄생을 고르겠습니다.
책은 고구려의 고분벽화의 무늬에서부터 불상의 불꽃무늬, 고려시대 불화의 무늬, 그리고
조선시대 궁궐과 사찰의 단청의 무늬까지 살피고 그 의미를 해석합니다.
강우방선생님은 지금까지 의미를 알지 못했던 우리의 문화유산을 장식하고 있는 무늬의 해석에 성공했습니다.
보통 당초무늬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들 무늬를 강우방교수님은 영기무늬라고 이름합니다.
세상을 채우고 있는 영기무늬는 용이 탄생되는 배경이 됩니다. 이러한 영기는 영기화생의
세계를 표현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밑에,
알고 보았더니 영기화생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이, 고구려에서 시작해서 조선시대까지, 우리
의 예술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세계관의 출발은 중국입니다. 가장 오래된 당초무늬(혹은 영기무늬)는
고구려고분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런 무늬는 중국의 것을 차용했습니다.
중국의 영기무늬의 가장 선명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예술품은 마왕퇴에서 출토된 관그림입니다. 그렇다고 중국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당초무늬의 탄생지는 중국이 아닙니다. 이집트로 생각이 되기도 하는데 아무튼 이
당초문이 중국으로 들어오고 한국에 도달합니다.
한국의 당초무늬는 천년동안 발전해서 이미 한국화 한 세계관입니다. 한국의 당초무늬의 독창성에 대해
서 논하는 것은 저의 능력 밖이니 생략.
흔히 곡옥으로 알려진 갈고리모양의 옥이 용의 형상이라는 저자의 추정이 옳다는 생각이 들
더군요. 영기화생의 거대한 세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용이고, 그 신령한 용의 이미지
를 차용한 것이 바로 곡옥이죠.
태아라거나, 짐승의 이빨, 혹은 달의 형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런 주장은 영기화생
의 거대한 세계에 비하면 정말 초라한 상징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문화는 위에서 아
래로 흐르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곡옥은 주장대로 옥룡이 정확할 것입니다. 영기화생
의 정점은 용이니까.
영기화생의 세계관은 재미있습니다.
샤머니즘이나 애니미즘의 냄새도 나고,
불교도 섞여있고,
태고의 여러 세계관이 뒤섞이고 변해서 마지막에 도달한 곳이 바로 영기화생란 생각도 듭니다.
강우방선생님은 정말 대단한 작업을 했습니다.
한국의 영기화생의 세계관을 알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이 책은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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