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필독서로 지정한 목록을 마주할 때면 당황스럽습니다.
삼국지는 봉건주의의 사상이 가장 잘 표현되어있습니다.
애민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결국은 지배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타인을 도구화해서 뼛속까지 착취하는 구조입니다.
그게 삼국지에 아주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물론 시대적인 한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나라를 세우고 왕이 전제왕권을 행사하는 시대의 이야기가 맞지 않죠.
구태여 나라를 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민주주의에서 나라를 세우면 안되죠.
그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세요.
만일 삼국지인물중에서 유비나 조조로 태어나지 않고 그들 밑의 한
군졸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말이죠. 그럼 어떻게 되었을까요?
왕이 내린 명령에 목숨을 바쳐야 하다니.
그런 면에서 내가 직접 뽑을 수 있는 대통령제가 아주 좋습니다.
민주주의가 문제가 있지만 왕정제제보다 심할까요?
가끔씩 생각해봅니다.
이승만이나 김일성, 가까이 박정희 마저도 삼국지의 절대왕정제에
함몰되어 있었던 인물은 아니었을까?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들의 행동이 바로 전제왕의 그것과 같았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삼국지는 어쩌면 현대사회에 필요치 않은 괴물을
양산하는 텍스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삼국지가 만들어내는 괴물을 다시 보고 싶지 않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국민은 삼국지의 영웅을
원하는 것 같단 말이죠.
삼국지에서 가장 인상깊은 사람을 꼽는다면 단연 촉나라의 마지막왕 유선입니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의 아집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지.
그래서 결단을 내려 백성을 편안하게 합니다.
삼국지를 추천도서로 추천하는 사회를 생각할 때마다 저는 우리사회가
아직도 전근대적인 사회의식속에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민주주의의 사회가 기묘하게 왕정제와 얽혀있는 것 말이죠.
이 또한 씁쓸합니다. 제가 속한 사회의 초상을 그린다면 그리 긍정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일에 찌들린 탐욕스러운 오십대. 부하들을 있는대로 쥐어짜는 제왕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경영주.
밑의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해야만 하는.
가끔씩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극기훈련이라는 군대식 수련을 한다는 뉴스를 볼때마다 경영주가 삼국지의 매니아인 모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영주의 내면은 내가 왕이고 사원은 졸이다라는 마음이겠죠.
"너희들은 내가 세운 왕국의 노비이야. 그러니 내 왕국을 위해서 뼛골까지 희생을 해야해. 천한 것들이 어디 감히."
이렇게 적나라할 수도 없는데.
아무튼 삼국지는 제왕적인 경영자를 양산하는 택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을 도구로 생각해서 뼛속까지 착취하고파하는.
이게 삼국지의 속내입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을 조심하시길.
그는 당신을 도구로 생각해서 이용해먹을 생각만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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