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자집 마나님이 자신이 소장하고 있다가 분실한 희귀한 금화를
찾아달라고 탐정 말로에게 의뢰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의 소재는 희귀한 금화입니다.
사건은 평이하게 흘러갑니다. 부잣집마나님의 집나간 며느리를 추적하면서 시체도 몇 구 나오고
음모가 펼쳐지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상황이 도래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고.
평범한 내용속에서 주의를 끌었던 건 말로의 행동.
그 초연함이란.
챈들러의 소설은 솔직히 끌리지 않습니다.
그의 소설은 분명 장르소설의 획을 그은 좋은 소설이죠.
오늘 하이윈도를 읽었는데 왜 끌리지 않았는지 알았습니다.
그는 내게서 너무 멀리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서양쪽의 소설이 끌리지 않았나봅니다
과거 청소년기에는 모든 것에 호기심이 있었고 그래서 모든 소설을
허겁지겁 읽었죠.
왜 그렇게 허겁지겁 읽었을까요?
아마도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거나 아니면 내가 신봉할 수 있는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고
순진한 생각이었죠.
나이를 먹은 지금에야 세상에 특별한 것은 별로 없고 당연히
멀리 있는 챈들러의 소설에도 내가 과거에 찾았거나 기대했던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때문이겠지요.
아마도 몇 년전부터 책을 사게 되지 않은 이유,
그리고 더 이상 세상이 흥미롭지 못한 이유,
의 답이겠죠.
대부분 다 그렇겠죠. 세상에 신나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책을 읽은 후 다른 이의 비평을 찾아서 읽곤 하는데 어느 블로그에서 챈들러와
고룡의 관계를 언급했더군요. 생각해보니 정확한 지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세상의 비정을 바라보면서 기뻐하지도 그렇다고 좌절하지도 않는 그는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 차가운듯한 현명함은 이 세상과 사람들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안목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그를 보면서 왠지 사람풍경이 떠오르더군요. 어쩌면 그야말로
책이 지향하는 인물에 근접한
우리가 지향해야할 인물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떤 비극이나 슬픔 속에서도 초연한. 그러면서도 따듯한.
그리고 할수 있는 일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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