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의 소설은 지루할 틈 없이 참 술술 진도가 나가네요. 이것이 이 작가의 장점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학생가의 살인은 대학교라면 어디에나 있는 대학생을 상대하는 상점가가 무대입니다. 이 소설의 학생가는 대학교의 정문이 옮겨지면서 계속해서 퇴락해가는 상황이고 주인공은 찻집겸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죠.
이곳의 퇴락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졸업을 했지만 취직하지 않은 상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주인공의 고뇌와 어울려서 인상적이더군요.
이 추리소설은 문학적인 향기가 있어서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하루키가 연상되기도 하고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추리소설에서는 찾기어려운 성장담혹은 후일담스타일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꽤 재미있게 읽었네요. 몽환화이후 학생가의 살인으로 은근히 괜찮은 작가라는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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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간이든 한 가지 인생밖에 경험할 수 없어. 한 가지
밖에. 그런데 타인의 인생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오
만이지."
"길을 잘못 들면 어떻게 하죠?"
고헤이가 물었다. 어둠이란 서로의 모습을 가리는 대신 마
음을 열도록 한다.
"잘못 들었는지 아닌지도 사실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
잘못 들었다 여겨지면 되돌아가면 되고. 사람의 인생이란 결
국 작은 실수를 거듭하다 끝나는 게 아니겠냐."
"간혹 큰 실수도 하잖아요."
"그건 그렇지."
아버지는 찬찬히 말을 곱씹듯이 대답했다.
"그런 경우에도 그 사실을 외면하면 안 되겠지. 그 후의 일
에도 대가를 치르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하고 말이야. 그러
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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