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의 책을 접하게 된 건 그가 운영하는 영화게시판 때문이었죠. 그 게시판을 얼쩡거린 이유도 있는데 그건 다음에.
그의 영화평은 날카롭고 정확했습니다. 아마도 명징한 두뇌의 사유의 결과로 보이는, 더구나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떤 소설을 쓰는지 궁금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도 궁금했죠.
찾아본 그의 소설은 재미있더군요.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은 기생, 지금은 어느 단편에 실려있는지 생각이 안나는군요.
안 팔리는 장르문학에서 살아남았다면? 역시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더군요.
눈에 띄는 대로 그의 책을 모두 읽었는데, 대리전을 읽고는 배수아와 함께 미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대리전은 부천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sf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요?
한국사회와 sf는 맞지 않을 거라는 고정관념을 교정해준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소설의 소재도 좋았습니다.
문명이 사라지는 미스터리,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인간의 몸으로 변장하고 있는 여러 외계인들이 보물쟁탈전을 벌이는 이야기, 아마 학교운동장이었나요?
이런 이미지는 한번쯤 상상할법한 종류라고 생각되는데 이 작가가 센스있게 잡았네요.
그는 호흡이 짧은 단편에 강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그의 대표작은 용의 이
이번에 나온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그의 최신 단편들을 모은 소설입니다.
여전히 재기 넘치는 내용,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문체가 여전히 마음에 듭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은 소유권과 안개바다.
소유권은 시스템에 의해서 사육되는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골동품 소녀롯봇의 연예계 성공기. 단편 기생보다는 좀 더 온화해졌지만 그래도 쓸쓸함.
아무래도 이 단편에 끌린건 전에 읽었던 단편 기생과 세계관이 연결되어서인지.
안개바다는 연작소설형식인 브로콜리평원의 혈투에서 이어지는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관이 재미있습니다.
안양역에 도착한 우주선으로 인해 인류는 우주 곳곳으로 뻗어나갑니다.
그리고 요동치는 진화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링커바이러스가 지배하는 우주.
낯선 별에서 개와 인간의 몇백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로 벌어지는 이야기의 후반부는 박진감 넘치더군요.
이 연작소설은 꽤 괜찮을 것 같더군요.
이 작가는 연작소설형식이 가장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슬쩍 드네요.
이 작가는 안정이 되었다고 할까요? 이번 소설집은 초기에 비해서 노련해보입니다. 앞으로 어떤 세계를 펼칠지 궁금합니다.
또 언제 이 작가의 신작 소설책을 읽어보려나요?
최근에는 한국작가의 작품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네요. 일본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니
한국작가의 작품에는 거의 손이 안 가는군요. 취향이 편벽해졌다고 해야 할지.
어쩌겠어요. 읽고 싶은 것을 읽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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