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위플래쉬 Whiplash , 2014

블루107 2015. 3. 28. 22:46

위플래쉬는 채찍질이란 단어 뜻이 있고 재즈음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전에 포스팅했던 음악영화인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과는 차이가 있는 영화입니다. 후자가 잔잔한 산책같은 영화라면 전자는 두 욕망이 격렬하게 부딪쳐서 폭발하는 영화입니다.

 

 

음대 신입생 앤드류는 유명한 드러머를 꿈꾸죠. 그는 전설적인 뮤지션인 버드 리치라는 드러머의 사진을 붙여놓고 연습을 합니다. 버드 리치의 글을 읽어보니 그는 18개월에 프로로 데뷔를 했더군요. 그는 타고난 천재였는데 배경이 있었습니다. 그의 부모는 뮤지컬쪽의 일을 했다고 하는데 의도하지 않은 영재교육을 받은 것 같아요. 그의 부모의 직업으로 볼 때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음악을 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태어나서도 쭉 음악을 들었겠죠. 이런 영재교육과 타고난 재능덕분에 그는 18개월에 프로로 데뷔를 한 거죠. 이런 천재들이 가끔씩 존재합니다. 앤드류는 이런 영재교육을 받지 못한 상황이죠. 이제 겨우 대학교에 들어와서 드럼을 치게 되었으니 특히 영재교육을 중시하는 음악쪽에서는 아주 많이 늦은 출발인 거죠. 

 

그는 뛰어난 플렛처교수의 명성을 듣고 그의 반을 기웃거리다가 어느 날 부름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플렛처교수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앤드류의 드럼연주를 듣고 그의 속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앤드류는 설레지만 플렛처교수는 목표를 위해서 학생들을 고문하는 인물로 유명했습니다. 

 

플렛처교수는 그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그는 전설적인 드러머인 찰리 파커를 언급하곤 합니다. 찰리파커는 동료인 조 존스가  연주 도중 실수한 파커를 향해서 심벌즈를 던지는데 보통사람같았으면 그만두었을 그런 굴욕을 참고 연습에 연습을 해서 전설적인 드러머가 됩니다. 이 에피소드와 흡사하게 플렛처교수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학생들을 혹독하게 다룹니다. 앤드류에게 의자를 집어던지기도 하고 그의 가족을 비웃으면서 굴욕을 줍니다. 앤드류는 굴욕에 굴하지 않고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플랫처교수를 따라갑니다. 

 

플랫처교수의 이런 교수법은 사실 아시아에서는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는 그리 드문 경우는 아닙니다. 결과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고 혹독한 채찍질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많죠. 

 

그런데  두 사람의 이 뜨거운 열정은 사실 비슷합니다. 전설적인 드러머가 되고 싶어서 손에 피가 나도록 연습하는 앤드류처럼 자신의 제자중에서 찰리파커같이 뛰어난 제자가 나오기를 염원하며 학생들을 혹독하게 몰아가는 플렛처교수도 자신을 채찍질 하지 않았을리 없었을 겁니다. 결국 앤드류와 플렛처는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겁니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극한으로 치달은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예정되었던 것처럼 파국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플렛처교수는 자신의 교수법때문에 자살한 학생이 나오면서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플렛처교수의 교수법은 문제가 많습니다. 무조건 앞으로 달리도록 하는 교수법은 필요하기는 합니다. 특히 스킬을 익히는 데는 이런 스파르타방식이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주위를 돌아보면 좀 더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겠죠. 어떤 방식이건 노력을 하면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구태여 학대할 필요가 없죠. 

 

드럼을 그만둔 앤드류는 시간이 지난 후 플렛처가 궁금해서 그를 찾아갑니다. 어느 바에서 그는 피아노를연주하고 있죠. 그가 참 편안해 보이는군요. 그 바에서 앤드류와 플렛처는 처음으로 진실한 대화를 합니다. 플렛처는 왜 그렇게 혹독하게 학생들을 다루었는지 설명합니다. 위대한 뮤지션의 탄생을 고대하면서 그는 학생들을 혹독하게 대했죠. 앤드류가 "만일 찰리파커가 그 혹독함에 꺾인다면?" 질문을 던지자 플렛처는 찰리파커는 절대로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꺾인다면 찰리 파커가 아니라고. 그리고 자신은 찰리 파커를 한번도 갖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혹독한 교수법에 절대로 사과하지 않을 거라고.

 

플렛처는 재즈밴드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그 밴드가 음악관련기업인 JVC가 개최하는 재즈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되어있습니다.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하는데 앤드류에게 드럼을 맡아달라고 제안합니다. 연주곡목은 그가 그토록 연습했던 카라반과 위플래쉬.

 

연주 당일날 앤드류는 그가 모르는 곡이 처음으로 연주되는 것을 보고 당황합니다. 이건 애교같은 거죠. 플래처는 여전히 자신의 혹독한 교수법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앤드류는 처음에는 헤매다가 자신 뜻대로 드럼을 연주하지만 청중은 반응이 싸늘합니다. 연주가 끝나고 굴욕을 느낀 앤드류는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가지만 다시 되돌아옵니다. 네. 그는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플래처의 지도없이 드럼을 처댑니다. 이 장면에서 앤드류가 플래처의 손에서 벗어나 홀로 섰다는 뜻으로 해석되더군요. 마지막에 앤드류와 플래처는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앤드류는 플렛처를 만나서 이전과는 다른 인물로 성장한 것이죠.

 

앤드류가 원하는 버드 리치의 지위에 오를 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한명의 대가는 한 양식을 완성한 경우가 많죠. 그를 넘으려면 새로운 양식을 완성해야만 합니다. 앤드류는 다른 쪽으로 전설이 되어야합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정말 오랜만에 몰입해서 보았습니다. 젊은 시절을 돌아보게 하더군요. 강추합니다.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극장에 가서 봐야합니다. 특히 드럼처럼 울리는 소리라면.

인터넷 평점은 8,5인데 9점 주겠습니다. 그 끓어오르는 열정에 5점 추가

 

버드 리치 연주